현대자동차 WRC 랠리카 엑센트
이 랠리카를 껍데기만 베르나라며 까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출전 랠리카 중 순수하게 메이커 기술로 이뤄진 차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다른 메이커 역시 차체와 엔진을 제외하면 멀쩡하게 그대로 들어간 부품은 없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엑센트 WRC도 베르나 센스 차체에 2000cc 베타엔진을 개조해서 얹은 물건이다.
하지만 일반 양산차의 부품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제조사의 기술을 쓰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오산이다.
괜히 양산차업체들이 이런 레이싱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다.
극한의 상황에서만 얻을 수 있는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돈을 투자하며 참가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쓰는 터보차저, 사륜구동 등 대부분의 기계적 시스템의 개발과 테스트가
이런 레이싱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게다가 아무리 개조를 해도 본판이 받쳐주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하지만, 사실 국내 팬들에게 엑센트(베르나)WRC가 지적 받았던 건 단순히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다.
과거 WRC에 처음 참가했었을 때의 현대는 차량 개조와 운영의 대부분을
영국 MSD사에게 위탁하는 형식이었다.
2004년 철수 당시, MSD와 현대와의 결별을 다룬 기사를 살펴 보면,
현대 측은 MSD측에 경제적인 지원만을 주로 해주고 대부분의 실무는 MSD측에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한데, 보통의 참가 메이커들이 애프터마켓 부품을 쓸지언정
제조사 개발팀에서 직접 WRC 차량을 만들고 데이터를 얻는 등 운영에 긴밀하게 관여하는데 비해,
이처럼 당시의 현대는 본격적으로 뛰어든듯한 광고와는 달리 소극적인 참여와 함께
상당부분 외주를 주었던 형편이었다.
그리고 모터스포츠에다 돈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가
한계의 상황으로부터 얻어가는 정보와 학습 때문이다.
문제는 저런 식의 간접 참여로는 WRC에 참가해서 본사가 얻어가는 게 이름값 빼곤 없었고,
게다가 기술력 축적에 관련해서는,
푸조, 미쓰비시, 스바루등 WRC의 강호들은 위에서 서술한 대로
레이싱 최일선의 기술을 양산에 적용하는 식으로 기술력과 명성을 쌓았었다.
미쓰비시의 '랠리아트', 스바루의 'Sti' 모두 이쪽 기술력으로 고성능화 한 라인업이다.
하지만 엑센트WRC는 영국 MSD사에서 거의 개조를 주도했던 차량이라,
이게 정말로 현대의 기술로 돌아올 것이냐에 회의적이었던 시각이 많았었고,
실제로 WRC에서 하차 한 후 대부분의 경주차는 MSD 측에서 처분했었다.
이와 같이 '껍데기만 베르나'라는 말은 단순히 알맹이에 양산형 부품을 쓰지 않았다고 까는게 아닌,
운영의 표리부동과 모터스포츠의 피드백에는 관심없던 당시 현대의 태도를 같이 꼬집는 말이다.
결국 현대의 첫 WRC 참가는,
전력투구는 못하겠고 적당히 이런데 참가한다는 명성만 취해보려다가 크게 데인 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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