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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11.15 공랭 엔진의 고집, 할리 데이비슨 - 6

일반적으로 할리 데이비슨의 엔진은 "더그덩, 더그덩"하는 맥박 내지는 말발굽 소리로 유명한데, 
환경규제 덕분에 순정 상태에선 더 이상 그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카뷰레터가 전자제어 연료분사 시스템으로 바뀌고 배기량이 자꾸만 커지면서 
더 이상 말발굽 소리가 들릴 정도의 저회전역에서는 오일을 제대로 퍼올리기 힘들었기 때문. 
하지만 달릴 때는 별 상관이 없고, 
연비가 좋아지며 내구성을 보완하였기에 무조건 단점이 되었다고 지적할 수는 없다. 
겨울에 시동이 잘 걸리는 것만 봐도 무조건 찬양해도 모자를 판국일지도 모른다. 
그 전에는 국내 판매가가 당시 웬만한 국산 대형차보다 비싼 3,000만원이 넘는 주제에 
겨울에 시동이 안걸리는 바이크로도 유명했다.


할리 데이비슨이 만드는 바이크들은 기본적으로 배기량이 상당히 큰데 
제일 작은 바이크인 스트리트 500도 500cc부터 시작한다. 
우리나라야 상관없지만 일본에서는 기본적으로 제일 작은놈조차 400cc 이상 
대형자동이륜차 면허가 있어야 탈 수 있다. 
즉 제일 작은놈조차 대형 바이크인 셈이다. 
게다가 가장 큰 놈들은 거의 2,000cc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사이즈를 보여준다.


헌데 이 공냉 엔진을 고집하는 것은 소리와 문화 외에도 기술력 과시의 측면도 있다. 
할리의 경우는 순수 기술력이라기 보다는 문화적 지원을 위시한 일종의 토탈 패키지인 셈이지만. 
이 이야기는 2006년경 유로 3가 발령되면서 생긴 "공냉의 멸종"에서 기인하는 바 이기도 한데, 
실제로 대다수의 공냉바이크가 이 시기에 거의 사멸하다시피 했고, 
매우 소수만이 그 명맥을 이어가게 된다. 
이 시기에 살아 남은 공랭식 바이크는 할리 데이비슨, 인디언/빅토리의 미국 회사, 
모토구치와 BMW로 대변되는 유럽, 그리고 야마하가 있으며, 
이들 회사 외에는 공냉엔진은 처참한 전멸을 맞이해서 스즈키는 GSX1400 라스트 에디션을 찍었고, 
가와사키의 W650 역시 단종, 
그리고 마지막 대배기량 공랭인 W800조차도 2016년 하반기에 단종된다.


혼다는 애초에 공냉 모델을 유럽시장에서 단종시키고 자국의 CB750 하나만 재고판매를 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아졌다.
할리 데이비슨은 이 험난한 시기를 거쳐간 미국 모터사이클 회사의 하나였으며, 
캬브-인젝션 전환을 통해서 2006년경에 전 모델을 EFI로 통합하여 위기를 넘겼다. 
즉, 이시대를 살아 남은 공냉이야 말로 진정한 생존자인 셈. 
어떤 의미로는 외계인 착취를 의심해봐야 하는 BMW와도 맞먹을 미친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도 있을 듯.

Posted by 그대옆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