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공냉을 고집하는 것은 심볼릭과 일종의 자존심 과시를 위한 
회사의 메이커 관리 방침이기도 한 것. 
그만큼 고전적이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우리도 하면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관계로 
할리의 신뢰도는 올라간 셈이니, 따지자면 고집의 승리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할리 데이비슨도 수냉식 엔진을 실험하고 있으며, 
러시모어 계획을 거쳐 현재는 부분 수냉 엔진(소위 트윈 쿨링)을 장착한 차들이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유로5 규제에 대응되는 바이크를 출시하는 등, 
공랭의 명목을 이어가고 있다.

포지션은 대체로 다들 시트에 푹 눌러 앉아 말고삐를 쥐어 잡는듯한 포지션으로 타게 되는데, 
이게 직접 타보면 의외로 맛깔나는 포지션이고 
엔진 자체가 고회전으로 파워를 쥐어짜내는게 아니라, 
엔진에서 발생하는 굵직한 토크 한방을 도로 위에 흩뿌리며 다니는 느낌이라 
생각보다 상당히 재미있는 바이크이다.


육중한 외모와는 달리 코너링도 꽤 재밌으며, 
대충 쇠붙이 잘라다 만든 바이크 답지 않게 항상 자연상태의 핸들링도 일품이다. 
순정 스텝과 차고가 낮기 때문에 많이 눕혀서 코너링 할 수는 없지만 
스텝만 조금 올려줘도 상당히 뱅킹각을 줄 수 있다. 
물론 멋을 위해 다소 과장된 스타일링을 한 바이크는 꼭 이렇지는 않은데, 
코너링 특성을 말아먹기 쉽다. 
그래도 예외적인 경우로, 만세핸들 달고도 눕혀대는 미친놈들도 있다.


단 성능 위주로 타는 바이크가 아니기에 배기량에 비하면 출력은 
타사 동배기량 바이크에 비하면 떨어진다. 
스포스터급의 배기량인 883만 하더라도, 
조금 밑에 있는 혼다 CBR600RR과 레이싱을 하면 초반 드래그 때나 중후반 영역이나 
가속력으로도, 최고속도로도 이길수가 없다. 
할리 쪽이 283cc 크고 무거우며, 600rr은 883의 두배인 120마력을 가졌고 수십kg 가볍다.

허나, 태생 부터 설계 사상이 아예 판이한 할리 데이비슨을 타사 바이크와 성능으로, 
그것도 속도로 경쟁을 하려는 것 자체 부터가 큰 의미가 없다. 
타는 재미 그 자체를 느끼는 것 하고, 편안한 바이크 여행을 즐기는 것이 정석. 
그러니까 차로 비유하자면, 이쪽은 쭉뻗은 광활한 도로를 넉넉한 토크로 편하게 가는 
그랜드 투어러내지 머슬카와 같은 이미지인 셈이다.

Posted by 그대옆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