랠리의 묘미는 바로 이 극한상황이며,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코스를 어떻게 유연하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랩타임이 많이 갈리다보니 페달 캠을 보면 운전자가 악셀대신 브레이크를 더 자주 밟는다.


랠리에선 특정 코스를 반복 통과하지 않고 장거리 주행을 하기 때문에, 
주행 중에 맞닥뜨리게 될 코스의 모양을 주행 내내 한 박자 미리 드라이버에게 읽어주는 
조수석의 '코-드라이버'와의 팀워크가 중요하다. 
또한 한 번의 랠리라도 다양한 주행환경에 처하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고장 나지 않아야 하는 차량의 내구성, 
그리고 차량의 상태를 유지시킬 수 있는 정비팀과 
그것들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정비 지원 체제가 필요하며, 
치밀한 코스 연구와 전략의 구성이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 

실제로 2014시즌 독일 랠리는 2일째부터 타이어 전략을 타 팀과 다르게 가져간 게 제대로 먹혔던 
현대 모터스포츠가 선두권의 집단 리타이어와 전략 효과에 힘입어 
판을 뒤집고 우승을 차지했던 전례가 있다.


또한 공공도로에서 열리는 대회 특성상 기본적인 스태프의 통제를 제외하면 
갤러리들이 코스 바로 옆에서 구경을 하고, 
경주차가 없을땐 코스를 가로질러 건너갈 수 있을 정도로 관람이 매우 자유로워서 
코스에서 이탈하거나 전복된 차를 갤러리들이 모여 끌어내고 뒤집어 주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사고 복구 과정에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 외의 인원이 개입하면 
주행기록에 추가시간이 붙는 페널티가 부과되기 때문에 이 도움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추가시간 페널티를 먹더라도 갤러리의 도움 받아 빠르게 차를 빼내서 얼른 가는 게 나을지, 
선수들 힘만으로 차를 되돌려서 페널티를 안 받고 가는 게 나을지 순간적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


F1의 거물 미하엘 슈마허는 WRC레이서가 F1차량을 모는 것이 
F1레이서가 WRC차량을 모는 것보다 쉽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서킷 주행과 상태가 다양한 일반 도로에서의 주행의 난이도가 크기 때문에 
WRC 출신 레이서들 중에서 F1으로도 종종 이적하는 일이 있다. 
다만 최근에는 F1 팀들이 팔려나가거나 해체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F1에서 WRC로의 이적을 희망하는 드라이버도 상당한 듯 하다. 
어디까지나 발언자가 아일톤 세나만큼 무거운 분이라서 그렇지 
저 발언으로 F1이 WRC보다 쉬운 경기라고 여긴다면 틀린 생각이다. 
애초에 분야가 완전히 다른 경기이기 때문에 서로 비교하면서 경중을 매길 수도 없으며 
고삐가 풀리듯이 차량의 규제가 풀렸던 Turbo Era, 
즉 1970~80시절에는 랠리계의 흑역사였던 그룹B보다 더 위험한 경기가 바로 F1이였다. 
그러므로 슈마허의 발언은 겸손의 차원에서 이해하는 편이 옳다.

Posted by 그대옆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