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C가 가장 주목 받던 시대를 꼽자면 80년대, 그 중 그룹 B를 들 수 있다. 
흔히 이 시대를 말하는 사람들은 카레이서와 참가팀은 물론이고, 
주최자와 관중들까지 모두가 미쳐있었던 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FIA의 관리 부실과 메이커의 치열한 경쟁이 비극을 불렀다.


그때 갤러리들은 안전의식이 전혀 없어서, 
뒤가 미친듯이 흔들리는 차들을 손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근접해서 구경했다. 
차가 오면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주요 길목을 사람들이 가득 매우고 있다가 
차가오면 좌우로 벌어져서 차가 겨우 지나갈 틈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레이서들 또한 사람 사이를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고 질주했다. 
독일의 전설적인 드라이버 발터 뢸의 신들린 주행을 찍은 온보드 캠이 유명하다. 
그 당시 레이서들의 심리적 부담이 어느 정도였는지 상상도 안 간다.


70년대에서 80년대 초까지 WRC는 그룹 4/그룹 2/그룹 1의 세 가지 클래스가 있었고, 
이중 최고봉이었던 그룹 4는 연산 400대만 가능하면 호몰로게이션 취득이 가능했다. 
특히 당시 우승을 휩슬던 란치아 스트라토스는 
이전의 랠리카와는 전혀 다른 모습에 엔진은 6기통 페라리제 엔진을 사용하여 랠리계를 독점하였으며 
이에 FIA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메이커는 개조 규정을 더 풀어주기를 원했다. 
FIA 역시 스포츠카 레이싱과 랠리에 더 많은 메이커의 참전과 
더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는 경기를 위해 82년 숫자로 나눠진 모터스포츠 그룹을 개편하여 
그룹 A, B, C를 신설한다. 
알파벳이 뒤로 갈수록 출력도 크고 개조 범위도 넓었으며, 
그 중 WRC가 채택한 건 그룹 B.
이 그룹 B는 연산 200대만 되면 호몰로게이션 취득이 가능했고, 
차량 개조에 거의 제한을 두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러다 보니 공차중량 1톤 미만의 차체에 500마력을 넘나드는 엔진출력을 가진 괴물들이 
레이스에 투입되었는데, 
포장도로보다 접지력이 훨씬 떨어지는 비포장도로 에서도 평균시속 200km, 
제로백 3초 미만의 무시무시한 성능을 보였지만 
동시에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컨트롤을 요구하는 그야말로 미친 차량들의 시대가 열려버렸다.

Posted by 그대옆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