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R 개발 도중, 고든 머레이와 맥라렌, 메르세데스-벤츠는 사소한 의견 차이로 신경전을 벌이더니 
급기야 서로 불협화음이 생기면서 결국 불편한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고든 머레이는 특히 양산용 슈퍼카는 패키징과 싸움이라는 지론을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인데, 
SLR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벤츠는 평범한 여느 자동차들처럼 스타일이 정해진 컨셉트카를 먼저 출시한 다음에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탑다운 방식의 설계로 자동차를 개발하는 프로세스는 
실제 자동차로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내부 설계 패키징에 매우 큰 제약을 주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고, 
특히 슈퍼카에게 매우 중요한 공력 부분에서는 굉장히 손해가 막심하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실제 SLR의 컨셉트카인 비젼 SLR의 cd치는 0.29에 불과했으나, 
양산된 SLR은 다운포스 향상 및 냉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난도질에 가까운 구멍뚫기 작업으로 
cd치는 무려 0.374를 기록했다. 
리어 스포일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레이싱카 만큼이나 커다란 고정식 리어 스포일러를 장착한 자동차 만큼이나 뛰어올랐다. 
고든 머레이는 이런 탑다운 설계 프로세스의 슈퍼카 개발은 재앙이란 표현으로 난색을 표했으며, 
이 내용은 부가티 베이론을 비판하며 다시한번 되풀이 했다.


세부적인 사항까지도 고든 머레이와 마찰이 잦았다고 한다. 
스포츠카의 특성 상 자동차와 운전자 간의 소통을 위한 다이렉트한 운전성을 위해 
고든 머레이는 양산차에서도 파워 스티어링이나 진공배력 브레이크 사용을 매우 싫어했지만, 
GT라는 특성을 고려해서 유압식 파워스티어링과 
진공배력 브레이크 방식을 사용하자고 타협을 보려 했다. 
하지만 벤츠는 SBC를 사용하겠다고 못박는 바람에 
직결감 없는 브레이크 필링이 엉망으로 세팅되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고든 머레이는 맥라렌을 퇴사한 이후, 
자신의 이름을 딴 고든 머레이 오토모티브를 설립한다. 
맥라렌에게 SLR은 공학적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자동차가 되었고, 
장밋빛 전망을 꿈꾸며 계획을 야심차게 준비했던 벤츠는 
7년 간 판매량 3500대라는 기대 이하 실적에 고개를 떨구며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공력성능 향상을 위해 배기구를 옆에 장착했는데, 
대한민국에서는 차량 규정을 통과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정식 수입이 되지 않았다.
정작 병행수입으로 들어온 SLR 쿠페나 로드스터는 인증을 받았는지 도로에서 간간히 목격되고 있다.


탑기어 코리아에서 연정훈이 로드스터 버전을 시승하고 난 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SLR의 중고가격은 미국에서 4~5억원으로 상대적으로 낮다. 
동시대 슈퍼카인 엔초 페라리, 카레라 GT에 비해 가치가 조금 밀리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전용 엔진의 부재, 경쟁차종 대비 많은 한정판의 수량, 
슈퍼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벤츠의 네임밸류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바흐가 롤스로이스나 벤틀리에 밀린 것처럼 SLR의 중고가격은 
벤츠라는 브랜드의 한계점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Posted by 그대옆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