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쇼크 이후 계속되는 침체기 (1973 ~ 1998)
오일 쇼크 이후 캐딜락 역시 스빌이나 1977년식 드빌을 비롯해
다운사이징을 모토로 한 차종을 제작하기는 했으나,
쉐보레 카발리에를 배지 엔지니어링한 시마론은 역대급 망작으로 판정받고 쓸쓸히 퇴장했다.
시마론은 GM J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는데,
그 플랫폼은 쉐보레와 뷰익, 올즈모빌, 폰티악, 오펠, 복스홀, 이스즈자동차 등
정말 당시의 GM 브랜드라면 다 돌려썼다.
그나마도 성능 같은 부분도 다른 형제차들과 차별화되어 있지 않았고,
결국은 코미디 프로그램의 소재로까지 등장하고 말았다.
디자인에 있어서도 더 발전한 제품으로 승부하지 않고
비용절감으로 이윤을 내겠다는 GM의 재무부 출신 신규 경영진의 뜻을 충실히 따른
총괄 수석디자이너 어빈 리비츠키의 지휘 아래,
배지 엔지니어링을 남용하거나 모든 차에 FF 레이아웃을 도입하겠다는
당시 GM의 무리수적인 정책에 의해,
웅장한 후륜구동 레이아웃이나 이에 준하는 세로배치 전륜구동 레이아웃을 버리고
가로배치 전륜구동 레이아웃을 쓰는 등,
가면 갈수록 캐딜락의 고유한 디자인 특징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나마 피닌파리나와 공동 제작한 알랑테 컨버터블이 예외이기는 했으나
상업적으로 별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나머지 라인업은 폰티악이나 올즈모빌, 뷰익 차량들의 붕어빵에 불과해져갔다.
1991년에 등장한 10세대 엘도라도는 명가가 얼마나 처절하게 몰락했는지의 척도였다.
지난 1세대부터 4세대까지의 화려함의 극치도
5세대부터 이어온 고유의 디자인 헤리티지도 사라진,
과도한 프론트 오버행과 구식의 차체 비례는,
캐딜락이라는 브랜드와 그 대표작의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줬다.
1980년대 중후반 GM의 전형적인 배지 엔지니어링 차종이었던
9세대 엘도라도보다는 상황이 낫긴 했으나,
결국은 1990년대 RV 열풍에 밀려 판매부진에 시달리다 10세대를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1993년에는 전륜구동이었던 플래그십 대형 세단이었던 캐딜락 식스티 스페셜의 후속으로
후륜구동 캐딜락 플리트우드 브로엄을 출시했으나,
미국차 특유의 크게 떨어지는 연비+당시 캐딜락 브랜드의 이미지 악화가 겹쳐서
판매량은 바닥을 기었고 결국 출시 3년만인 1996년에 단종되는 결과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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