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스티어링 외에도 차량의 기초 설계가 워낙 오래된 물건인지라 
조작계 전반적으로 운전병의 힘과 노하우를 상당히 요구한다. 
기어를 넣을 때에도 일단 기어 자리로 살짝 밀어넣은 다음 
상반신을 비틀어 온몸으로 기어레버를 쑤셔넣어야 들어가며, 
브레이크, 클러치 페달은 걷어 차야 들어가는 수준이라 
숫제 자신이 페달을 밟는 건지 바닥을 밟고있는 건지 헷갈릴 수준의 장절한 답력을 제공한다. 
물론 신형은 유압식 클러치가 장착되어 있다.


유압클러치와 파워핸들이 없는 구형차량을 군생활 내내 운행할 경우 
웃지 못할 부작용도 생기는데, 
구형만 주구장창 몰다가 사제차량을 몰게되면 핸들과 기어, 페달 등 조작계통이 너무 가벼워서 
순간 당황하게 된다. 
급가속 급정거 급방향전환의 충공깽을 경험하는것이다.
실제로 갓 수송교육단을 수료하고 자대로 온 신병들에게 
레토나 운전을 시켜보면 가솔린 엔진이기도 하고, 
사제차량과 비슷할 정도로 가볍기 때문에 백이면 백 시동을 꺼먹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시동을 거는 방법이 주전원 레버를 돌린 후 시동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고, 
일반적인 차량과는 다르게 전조등 관련 스위치가 계기판 근처에 독립적으로 달려있으며 
딤머 스위치(전조등의 상하를 바꾸는 스위치)가 왼발로 조작이 가능하게 되어있는 등 
일반 차량과 조작법이 상당히 다르다. 
기어 또한 일반 차량과 매우 다르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물론 2005년을 전후해서 보급되는 신형인 K51xA1은 제법 개선이 되어 있다. 
여전히 기본 사양은 군용 장비에 맞춰져 있지만 
신형이니만큼 잔고장 염려도 적고 편의 기능도 더 붙어 있다.


부대마다 차이가 있지만 기름을 넣으러 갈 때 특별한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부대마다 있는 주유소 또는 유류저장소에서 소속과 이름만 장부에 기입하면 
언제든 무한리필이 가능하다. 
사회에서 높은 유류비에 벌벌 떠는것에 비하면 군대는 천국인 셈. 
어차피 개인용도로 쓸 일이 없으니 절차가 단순한 것도 당연하다. 
물론, 유류보급이 늦는 곳은 역시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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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대로 충돌 시 내부 탑승자에게 가는 충격을 거의 저감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큰 사고가 나면 차는 당장 운행할 수 있을 정도로 멀쩡한데 
안에 탑승자는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무게는 동급의 민수용 트럭을 아득히 초월하며
(화물은 물론이고 연료도 안 채운 상태의 무게가 약 5.8톤에 달한다!) 
연비는 상상 이상으로 나쁘다.
워낙 오래된 차량이 많아 통상 20년 이상의 연식을 자랑하는 장수만세 장비도 있으며, 
군대 정비환경의 특성상 정비 자체도 썩 잘 되는 게 아니고 
부속품도 제때제때 보급이 안 나와 폐차에서 떼어다 붙인 부속품으로 연명하는 일이 잦다. 
때문에 부속품이 많이 낡아서 잔고장이 제법 있는 편이다. 
하지만 웬만한 잔고장이 일어나도 일단은 어떻게든 움직이기 때문에 
일, 이병들은 고장이 난지 모른 채 운행을 끝마치고 나중에 정비병 고참에게 갈굼을 먹기도 한다. 
그래도 구조 자체가 단순한 덕분에, 
자동차 주제에 제법 근성이 있는 편으로 사회의 정비소보다 비교적 실력이 떨어지는
정비병들의 정비에도 몇년이고 그럭저럭 굴러다니는 걸 보면 대견하기까지 하다.


90년대 중반 및 이후 연식의 차는 파워스티어링 차가 있지만 
90년대 초반까지 생산된 차량은 파워 스티어링이 아니기 때문에 
재수없게 그런 차량을 지급받는 운전병은 전역할 때쯤엔 
상당히 팔이 굵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차량은 핸들을 꽉 잡아야 돌아가기 때문에 
한 손으로 여유롭게 운전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
무파워 차량이 있는 수송대의 경우, 
선임들이 신입들의 운전기량 향상과 팔힘을 기르게 할 목적으로 무파워 핸들을 
정차상태에서 수십 번씩 돌리게 시키기도 한다. 
처음에는 깜짝 놀랄 정도로 뻑뻑한데 짬이 차면 쉽게 돌린다. 
나중에 전역하여 일반차량을 몰면 핸들이 아예 없는 것처럼 가볍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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