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오일 쇼크 등으로 인해 효율적인 차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는 당대의 트렌드를 무시하고, 
플랫폼과 파워 트레인의 공유는 현재에도 이루어지지만, 
당시 GM의 차는 브랜드의 엠블럼 외에는 다른 점 하나 찾기 힘들 정도로 
브랜드마다 같은 차를 재탕하고 있었고, 
그룹 내에서 서로 겹치는 모델도 너무 많았다. 
그 결과 캐딜락도 한물 갔다는 인식이 늘어났다. 
대표적인 예로 캐딜락 시마론이 있다.


거기에다 1965년 5세대 캐딜락 엘도라도부터 시작된 볼록한 후드와 
깎아지른 버티컬(Vertical, 수직) 타입 헤드램프, 
위에서 봤을 때 V자 모양의 뾰족한 후드, 
웅장한 멋 등의 고유한 디자인 헤리티지까지 버린 10세대 엘도라도와 스빌 STS, 
카테라의 등장은 명가의 몰락은 시간 문제라는 세간의 평의 명확한 근거가 되었다.

한때 젊은층을 공략한다고 사브 9-3을 기반으로 한 전륜구동 세단인 
캐딜락 BLS라는 차종을 출시했으나, 
처참하게 망해버리면서 캐딜락 시마론 이후로 손꼽히는 GM의 역대급 실책이 되어버렸다.


1999년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 국제 오토쇼에서 
다양한 컨셉을 공개하며 과거의 디자인 헤리티지를 세련되게 계승한 
아트 앤 사이언스라는 디자인 랭귀지를 선포하여 
과감한 직선과 후륜구동 특유의 역동성과 우아함을 
2016년 현재까지 세단 라인업에 불어넣고 있으며 
또한 차기 최신 기술들을 적용한 컨셉카와 실차를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2021년 본고장 미국에서의 캐딜락의 이미지는 예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위에 서술했듯이 힙합 등으로 벼락부자가 된 흑인들이 캐딜락을 몰고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타고 다니는 형태가 많아 
졸부들이 타고 다니는 차라는 이미지가 일부 형성됐다. 
자신의 부를 지나치게 과시한다는 이미지로 인해 백인 중산층의 경우 
캐딜락보다는 GMC 차량을 더 선호한다. 
동부 지역에서는 벤츠, 아우디, BMW, 렉서스가 흔하게 보이는 만큼 
링컨과 캐딜락도 굉장히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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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 쇼크 이후 계속되는 침체기 (1973 ~ 1998)

오일 쇼크 이후 캐딜락 역시 스빌이나 1977년식 드빌을 비롯해 
다운사이징을 모토로 한 차종을 제작하기는 했으나, 
쉐보레 카발리에를 배지 엔지니어링한 시마론은 역대급 망작으로 판정받고 쓸쓸히 퇴장했다. 
시마론은 GM J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는데, 
그 플랫폼은 쉐보레와 뷰익, 올즈모빌, 폰티악, 오펠, 복스홀, 이스즈자동차 등 
정말 당시의 GM 브랜드라면 다 돌려썼다. 
그나마도 성능 같은 부분도 다른 형제차들과 차별화되어 있지 않았고, 
결국은 코미디 프로그램의 소재로까지 등장하고 말았다.


디자인에 있어서도 더 발전한 제품으로 승부하지 않고 
비용절감으로 이윤을 내겠다는 GM의 재무부 출신 신규 경영진의 뜻을 충실히 따른 
총괄 수석디자이너 어빈 리비츠키의 지휘 아래, 
배지 엔지니어링을 남용하거나 모든 차에 FF 레이아웃을 도입하겠다는 
당시 GM의 무리수적인 정책에 의해, 
웅장한 후륜구동 레이아웃이나 이에 준하는 세로배치 전륜구동 레이아웃을 버리고 
가로배치 전륜구동 레이아웃을 쓰는 등, 
가면 갈수록 캐딜락의 고유한 디자인 특징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나마 피닌파리나와 공동 제작한 알랑테 컨버터블이 예외이기는 했으나 
상업적으로 별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나머지 라인업은 폰티악이나 올즈모빌, 뷰익 차량들의 붕어빵에 불과해져갔다.


1991년에 등장한 10세대 엘도라도는 명가가 얼마나 처절하게 몰락했는지의 척도였다. 
지난 1세대부터 4세대까지의 화려함의 극치도 
5세대부터 이어온 고유의 디자인 헤리티지도 사라진, 
과도한 프론트 오버행과 구식의 차체 비례는, 
캐딜락이라는 브랜드와 그 대표작의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줬다. 
1980년대 중후반 GM의 전형적인 배지 엔지니어링 차종이었던 
9세대 엘도라도보다는 상황이 낫긴 했으나,
결국은 1990년대 RV 열풍에 밀려 판매부진에 시달리다 10세대를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1993년에는 전륜구동이었던 플래그십 대형 세단이었던 캐딜락 식스티 스페셜의 후속으로 
후륜구동 캐딜락 플리트우드 브로엄을 출시했으나, 
미국차 특유의 크게 떨어지는 연비+당시 캐딜락 브랜드의 이미지 악화가 겹쳐서 
판매량은 바닥을 기었고 결국 출시 3년만인 1996년에 단종되는 결과를 맞았다.

Posted by 그대옆에